블로그를 옮겼습니다. 여기 있는 글들은 보관할 것이지만 앞으론 coldcavern.tistory.com으로 와주세요. 지금까지 들러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나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때의 얇은 날개짓은 작별 인사처럼 고요하다

따뜻하고 싶은 상상만으로 식은 땀을 흘려야 하는
다가갈 때마다 속눈썹부터 젖고 마는
그늘로만 날아야 하는 나비, 보폭을 견딜 수 었을 때
참을성을 엎지르며 날아가는 나비들

나비의 허공에 뜨거운 바람이 불고
무엇이든 녹이는 세계에서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나비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나비의 날개에 대하여
동의할 수 없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눈을 감으면 나의 한쪽을 규정지으며 달아나는 나비

저만치 나비, 나비가 사라져간 방향으로 눈길을 주고
두 눈을 비비면 손끝 따라 전하지 못 한 문장들이 식물처럼
돋아나고 그곳으로부터 까만 씨앗이 결핍처럼 맺힌다

다시 봄을 가지면 너는 어둠을 털고 와줄까

금지된 세계에 침을 섞으며 사라져 가는 오후
외로운 안과 밖에서 주술처럼 벽이 자라고
집요하게, 허공에서 나비를 부르는 나는


(최서진,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