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옮겼습니다. 여기 있는 글들은 보관할 것이지만 앞으론 coldcavern.tistory.com으로 와주세요. 지금까지 들러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 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 내고 있었지
당신 마음이 너무 깊고 넓게 퍼져
난 가보지 않은 데 더 많고
내 눈은 어두워 보지 못했지
난 마음 밖으로 나와 볼일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뒤뚱거리며
당신 마음 위에 뜨곤 했지
난 당신 마음 위에서 자지 못하고
수많은 갈대 사이에 있었지
갈대가 흔드는 칼을 보았지
칼이 꺾이는 걸 보았지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이윤학,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