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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속에 사라지고 싶었다. 바람 부는 세상 너라는 꽃잎 속에 활활 불타고 싶었다 비 오는 세상 너라는 햇빛 속에 너라는 재미 속에 너라는 물결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 눈 내리는 세상 너라는 봄날 속에 너라는 안개 속에 너라는 거울 속에 잠들고 싶었다. 천둥 치는 세상 너라는 감옥에 갇히고 싶었다. 네가 피안이었으므로.


그러나 이제 너는 터미널 겨울 저녁 여섯시 서초동에 켜지는 가로등 내가 너를 괴롭혔다. 인연은 바람이다. 이제 나 같은 인간은 안된다. 나 같은 주정뱅이, 취생몽사, 술 나그네, 황혼 나그네 책을 읽지만 억지로 억지로 책장을 넘기지만 난 삶을 사랑한 적이 없다. 오늘도 떠돌다 가리다. 그래도 생은 아름다웠으므로.



(이승훈, 너라는 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