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너는 드러눕고 나는 서있는 사람이 된다. 나무가 눞고 너구리가 눕고 햇살이 눕는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하늘이 길쭉해진다. 헝클어진 공기 속에 나는 서있고, 너는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가 심해어와 눈이나 납작하게 맞춘다. 누운 숲은 어쩌라고.
나는 가만히 듣는 사람. 저녁 공기가 나무의 몸을 따라 내려오며 차가워지고 무거워지는 소리에 귀를 열ㅇ둔다. 귀로 밤공기가 들어오도록. 밤이 내 몸 안으로 들어와 신비한 눈동자를 뜰 때까지.
하지만 오늘은 네가 있다. 오늘은 너를 따라다니면서 너를 깨우고 숲을 깨운다.
네가 아는 얼굴들과 단어들…… 먼지 낀 선물 가게 진열장에 늘어놓고 너는 누워 있다. 너에게 묻는다. 밤은 어디에 있지. 너는 나른한 팔을 들어 집히는 대로 꺼내 놓는다.
네가 부스스 일어나면 그제야 나는 눕는다. 귀는 땅에 가까이 간다. 땅에 묻혀 있는 밤의 숨소리를 엿들으려고.
우리는 같은 모서리를 나눠 가진다.
(이성미, 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