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황인찬, 동시대 게임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6. 6. 29. 12:23
그는 재잘거리기를 좋아하는 평균 신장과 체중의 한국인이다
그는 내 품에 안겨서 멍청한 표정을 짓는 사랑스러운 서울 출신의 이십대 남성이다

책을 읽어주면
금세 잠이 들곤 했다 피곤한 하루였으니까 따뜻한
불을 쬐고 있으면 눈이 감기고야 마니까

"들어봐, 내가 이상한 기사를 읽었어"
-물리학자들, 신의 입자 발견
"대체 그게 뭔데?"
"나도 몰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품에 파고든다 더 파고들 것이 없는데도 무엇인갈 더욱 원한다는 듯
나는 그가 무겁다고 생각하며 두 팔로 그를 안았는데

밖에서 눈이 내린다
전쟁 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얀 눈이다

"이 정도의 눈을 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야"

난로가 내뿜는 열과 빛이 실내의 온기를 순환시켰다 차가운 것이 뜨거워지고 뜨거운 것이 다시 차가워지는 동안 그는 여전히 나에게 안겨 있었다

"뭐해"
"네 숨소리 들어"
"시시해"

나도 그래,
말하는 대신 나는 창을 열었다 그러자 전쟁 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얀 눈이 실내에 들이닥쳤다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희고 차갑고 작은 것들이 공중에서 녹아내릴 때,
자랑스러운 한국인 남성인 그가 불안하면서도 여전히 무엇인갈 바라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황인찬, 동시대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