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하재연, 눈 속의 발자국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6. 7. 17. 09:02
눈 속에 묻힌 발자국들 중에서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남아 빙하가 되나.

눈밭 위의 달
그 위로 너의 시계 바늘이 움직인다.
소리 없는 초침이 열두 시를 향해가고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너의 등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
나는 오래전에 이곳으로 떠나왔다.
나는 머지않아 이곳으로 떠날 것이다.

눈 위에 떨어진 핏방울들 중에서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남아 보석이 되나

사라지는 밤들의 히치하이커로서 너는
손가락을 다시 펼친다.

네가 손을 흔들며 선 거기를
낮꿈같이 지나쳐 왔다
너의 종착지는
내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써있었다.

너의 텐트가 한편에서 펼쳐지고
유성처럼 너는, 웃는다.
나의 꿈은 북극의 빛으로 반짝
환해졌다 어두워졌다.


(하재연, 눈 속의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