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이정하, 낮은 곳으로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5. 8. 2. 13:27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것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낮은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