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이정하, 그대에게 가자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6. 6. 8. 09:00

가자, 밤 열차라도 타고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수년간 떠돌던 바람,

여지껏 내 삶을 흔들던 바람보다도 더 빨리

어둠보다도 더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가자, 밤 열차라도 타고

차창가에 어리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다 스치고 난 후에야

그것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었구나,

솔직히 인정하며


가자, 밤 열차라도 타고

올 때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면

내가 먼저 찾아 나서자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두 팔 걷어부치고 대문을 나서자


막차가 떠났으면 걸어서라도 가자

늘 내 가슴속 깊은 곳

연분홍 불빛으로 피어나는 그대에게

가서, 기다림은 이제 더 이상

내 사랑의 방법이 아님을 자신있게 말하자

내 방황의 끝, 그대에게 가자



(이정하, 그대에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