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유정이, 느린 골목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6. 8. 27. 08:09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네가 자꾸 툭툭 끊겼다 어디를 가면 우리가 온전할 수 있을 것인가

막다른 골목의 시간은 낡거나 늙기 십상이다 창이 많은 집들과 집들 사이에서 익숙한 너와 결별한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세상은 곧 뒤에서 나를 묘사할 것이다 어두어진 저녁으로 불빛이 모여들었다

이 또한 만성인후염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나는 다만 불빛 한 점 끌어당겨 너의 이마를 만져보고 싶었다

네가 정확히 어디서 끊겼는지 이제 알 것 같다 그러나 안다는 것은 그저 안다는 것이다

오래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너는 너무 많이 끊겨 있었다



(유정이, 느린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