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신해욱, 느린 여름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6. 7. 24. 01:34

맑고도 무거운 날이었다

그는 쓱 웃으며

나의 한 쪽 어깨를 지웠다

햇빛이 나를 힘주어 눌렀고

그를 벗어나는 자세로만 나는

그에게로 기울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시간이란

이제 다시 없을 것이다

내가 먼저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쓱 웃으며 나를

나의 의미를 미리 지워버렸다



(신해욱, 느린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