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신지혜, 천년동안 고백하다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5. 7. 12. 15:39

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께

네가 어디서 몇 만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

네 심장을 가만히 껴안을게

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


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

네 따뜻한 꿈들을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

오래오래 네 몸 속을 소리없이 통과할게

고요할게


낯선 먼먼 세계 밖에서 너는

서럽게 차갑게 빛나고

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

문득 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


다만

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볼게

천년동안 소리 없이 고백할게



(신지혜, 천년동안 고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