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박연준, 예감

괴물도, 물개도 아닌 개물 2016. 9. 15. 02:42

거짓말하고 싶다

내 눈은 늘 젖어 이고

나는 개 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캄캄한 새벽

짖어대는 개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금붕어처럼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고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


발밑에서 부드러운 뿌리가 썩고 있다

축축한 냄새를 피우며


나는 흙 속에 잠겨 썩은 뿌리를 관찰하는

조그마한 딱정벌레,

이제 곧 한 세계가 질 것을 예감한

높이 1센티미터 슬픔



(박연준, 예감)